AI 시대, 교육 목표 재설계: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거장들의 어깨’ 위에서 시작하는 지혜

AI 시대, 교육의 목표를 재설계해야 하는 이유

- 블룸의 교육목표 분류학이 주는 70년의 지혜 -

블룸의 교육목표 taxonomy에서 인지적(Cognitive), 정의적(Affective), 심동적(Psychomotor) 세 가지 영역을 통합적으로 표현한 이미지로, 인간의 사고·태도·기능이 상호작용하며 학습을 구성한다는 개념을 시각화한 도식이다. AI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인간 중심 역량 모델로서, 사고의 위계·가치와 태도의 발달·기능 수행 능력의 균형을 보여주는 교육 설계 및 학습 경험 디자인(LXD) 기반의 핵심 구조를 담고 있다.

블룸의 교육목표 taxonomy에서 인지적(Cognitive), 정의적(Affective), 심동적(Psychomotor) 세 가지 영역을 통합적으로 표현한 이미지로, 인간의 사고·태도·기능이 상호작용하며 학습을 구성한다는 개념을 시각화한 도식입니다. AI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인간 중심 역량 모델로서, 사고의 위계·가치와 태도의 발달·기능 수행 능력의 균형을 보여주는 교육 설계 및 학습 경험 디자인(LXD) 기반의 핵심 구조를 담고 있다.

A visual diagram summarizing Bloom’s three learning domains—cognitive, affective, and psychomotor—as applied by BBL Learning for AI-era instructional design

우리가 아침부터 잠들 때까지 AI의 영향력은 일상 깊숙이 파고들었습니다. 이제 'AI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보다 'AI가 우리의 학습과 업무에서 무엇을 대신하고 있는가?'를 직시해야 할 때입니다. 특히 교육 분야는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고민에 직면합니다.

이 혼돈의 시대에 우리는 새로운 정답을 찾기 위해 맨 바닥에서부터 시작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오히려 인류가 이미 수십 년간 축적해온 체계적인 지식—특히 교육 목표 설정의 대가들(거장들)이 남긴 업적—에서 그 해답을 찾고자 합니다. 이 지혜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피하고 가장 지혜로운 출발점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AI 시대의 교육 혁신은 최신 기술을 배우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학습과 성장이 궁극적으로 무엇을 목표로 해야 하는가'라는 핵심 질문에서 시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바로 그 목표를 체계적으로 분류해 놓은 '교육의 목표 영역'으로부터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가장 의미 있을 것입니다.

I. 교육의 책무성과 질 관리를 위한 70년 전 교육학자들의 고민: 교육 목표 분류학을 정립하게 된 시대적 배경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교육의 대중화가 가속화되면서, 교육 목표와 성과에 대한 책무성(Accountability)과 일관된 질 관리(Quality Control)의 필요성이 커졌습니다. 당시 교육 현장에서는 교사들이 "학생들은 민주주의를 이해해야 한다"와 같이 모호하고 추상적인 용어로 학습 목표를 진술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러한 목표들은 달성 여부를 객관적으로 측정하거나 평가하기가 불가능했고, 평가 도구(시험) 역시 학교나 교사마다 일관성 없이 설계되었습니다.

교육계의 목표 설정 및 평가 방식에 내재된 혼란과 비효율성을 해결하기 위해 시카고 대학의 벤자민 블룸 교수가 교육심리학자 위원회(Informal Committee)를 주도하여 약 4년에 걸쳐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이 위원회의 핵심 목표는 교육 목표와 평가 도구 사이에 논리적인 연결고리를 구축하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행동주의 심리학의 영향으로 학습 성과를 관찰 가능한 행동으로 측정하려는 요구가 강했습니다. 블룸과 동료들은 교육 목표를 관찰 가능하고 측정 가능한 행동 동사로 분류하고 위계화하여, 목표 진술의 명확성(Clarity)을 확보하고 평가의 타당성(Validity)을 높이고자 했습니다. 이들의 작업은 학교 교육의 목표 설정과 평가를 체계화하고 과학화하는 데 결정적인 초석이 되었습니다.

블룸과 동료들이 수 년에 걸쳐 확립한 교육 목표 분류학은 수많은 시행착오와 논쟁을 거쳐 검증된 체계적 지식입니다. 따라서 교육 현장에서 목표를 설정할 때마다 '무엇을 목표로 해야 하고, 어떻게 측정해야 하는가'를 처음부터 고민할 필요는 줄어듭니다. 이미 앞서간 학자들이 학습의 모든 목표 영역(인지, 정의, 심동)과 그 위계적 복잡성을 분류해 놓았기 때문입니다. 블룸의 위계는 전 세계 교육계와 ISD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공통의 언어로 기능하며, 복잡한 교육 목표를 명확하게 소통하고 검증된 전략을 적용하는 힘을 제공했습니다.

II. 전인적 성장을 위한 교육: '머리-가슴-몸' 세 영역의 가치

블룸과 그의 동료들은 진정한 교육이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전인적인 성장을 다루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따라 인간의 모든 학습 활동과 성장을 총체적으로 포괄하는 세 가지 목표 영역으로 분류했습니다. 이 세 영역은 인간의 활동을 '머리-가슴-몸'의 기능으로 명확하게 구분하여 교육 목표의 누락을 방지니다.

  • 인지적 영역 (Cognitive Domain): 지식의 습득, 이해, 적용, 분석, 종합, 평가 등 머리를 사용하는 사고 과정에 관련된 목표입니다. 블룸 자신과 그의 동료들이 1956년에 6단계 위계로 구체화했습니다.  교육의 역할은 지식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정보 처리 능력과 비판적 사고 능력을 배양합니다. 이는 모든 학문적 성취의 기본입니다. (블룸 등, 1956년 6단계 위계 구체화)

블룸의 교육목표 taxonomy 중 인지적 영역의 6단계를 시각화한 다층 피라미드형 그래픽. 가장 기초 단계인 지식(knowledge))에서 이해(Comprehension), 적용(Application), 분석(Analysis), 종합(Synthesis)를 거쳐 평가(Evaluation) 단계)에 이르는 사고 수준의 위계를 명확히 보여주는 교육 심리학 기반의 학습 설계 도구를 표현한 이미지

블룸이 1956년에 제시한 최초 인지적 학습목표 영역의 위계: 평가능력을 최상위로 둠

  • 정의적 영역 (Affective Domain): 태도, 흥미, 가치관, 감정 등 마음을 사용하는 감정 및 정서적 측면에 관련된 목표입니다. 이 영역은 데이비드 크라쓰월(David R. Krathwohl)이 주도하여 1964년에 5단계 위계(수용 반응 가치화 조직화 인격화)로 구체화되었습니다.  교육의 역할은 습득한 지식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정하는 윤리 의식과 시민 의식을 형성하며, 학습 동기를 부여하고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협력 능력을 키웁니다. 아무리 지능이 높아도 올바른 태도와 가치관 없이는 사회에 기여할 수 없다는 겁니다.(크라쓰월, 1964년 5단계 위계 구체화)

“블룸의 교육목표 taxonomy에서 정의적 영역의 5단계를 시각적으로 정리한 계층형 그래픽. 학습자가 자극을 받아들이는 감수(Receiving) 단계에서 시작하여, 반응(Responding), 가치화(Valuing)를 거쳐 자신의 가치체계를 조직화(Organizing)하고, 최종적으로 일관된 태도와 가치관을 행동으로 드러내는 인격화(Characterizing)에 이르는 정서·태도·가치 발달의 과정을 단계적으로 보여주는 이미지.”

크라쓰월 등이 1964년에 정리한 정의적 목표 영역의 위계

  • 심동적 영역 (Psychomotor Domain): 신체적 기술, 운동 기능, 조작 능력 등 을 사용하는 행동 및 기술에 관련된 목표입니다. 여러 학자들이 제안했지만,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엘리자베스 심슨(Elizabeth J. Simpson)이 1972년에 제안한 7단계 위계입니다.  교육의 역할은 스포츠, 예술 활동, 실험, 실습 등을 통해 지식을 실제 세상에 구현하는 능력을 기르고, 직업 세계로 나아가기 위한 실질적인 기술(Skill)을 습득하게 합니다.(심슨, 1972년 7단계 위계 구체화)

교육목표 taxonomy에서 심동적 영역의 7단계를 시각화한 도식으로, 지각(perception)을 통해 감각 정보를 해석하는 단계에서 시작해 준비(set), 유도된 반응(Guided Response), 숙련된 수행을 의미하는 기계적 수행인 메카니큼(Mechanism)과 복합적 반응(Complex Overt Response)을 거쳐, 새로운 움직임을 변형하는 적응(Adaptation)과 창의적 동작을 만들어내는 창작(Origination)

심슨이 1972년에 정리한 심동적 목표 영역의 위계

이 세 영역의 분류는 지식, 태도, 스킬 세 가지 요소가 모두 충족되어야 성공적인 수행이 가능하다는 관점을 전문가들에게 각인시켰습니다.

III. 시대적 흐름에 따른 고차원 인지능력의 위계 변화: '판단력'에서 '창조력'으로, 그리고 다시 ‘판단력’으로?, AI 이후의 재구조화

1. 블룸의 인지적 목표의 위계 (1956): 지적 능력의 최상위 수준은 '평가(판단)' 능력

벤자민 블룸이 제시한 인지적 영역 분류는 인간의 사고 능력에 명확한 계층 구조(위계)가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 구조는 지적 성장이 마치 사다리를 오르듯 단계적으로 이루어진다는 논리를 담고 있습니다.

블룸은 인지적 능력을 지식 (Knowledge) → 이해 (Comprehension) → 적용 (Application) → 분석 (Analysis) → 종합 (Synthesis) → 평가 (Evaluation)의 6단계 위계로 정리했습니다. 이 분류의 핵심 논리는 "하위 단계를 습득해야만 상위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가장 낮은 단계인 '지식'은 정보를 기억하는 수준에 불과하며, 이후 정보를 '이해'하고, 문제를 '적용'하며, 복잡한 상황을 '분석'하고, 새로운 결과물을 '종합'하는 과정을 차례로 밟아나갑니다. 그 이후에야 ‘평가’ 단계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이처럼 뇌가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구조화는 50여 년간 확고한 지위를 누리며, 교육 설계자들에게 어둠 속의 등대 역할을 하며 교육과 학습 경험을 체계적으로 설계하는 기틀을 제공했습니다.

1956년 블룸의 초창기 위계는 '평가 (Evaluation)'를 지적 활동의 최고봉으로 두었습니다. 이는 단순히 지식을 만들거나 사용하는 것을 넘어, 주어진 기준과 증거에 근거하여 가치와 판단을 내리는 능력(판단력)을 가장 복잡하고 고차원적인 지적 활동으로 보았음을 의미합니다. 즉, 객관적인 기준을 설정하고 최종적인 판단을 내리는 능력이야말로 인간의 지적 성취에서 최고 수준으로 여겨졌습니다.

2. 목표 위계의 재정비 (2001): 지적 능력의 최상위 수준은 ‘평가’ 능력에서 '창조' 능력으로 변경

1990년대 후반 기술 및 교육 철학의 변화로 인해 근본적인 질문에 직면했습니다.  인터넷과 컴퓨터의 대중화로 단순 암기나 정보 검색 능력(지식, 이해)의 중요성이 하락했고, 사회는 새로운 가치와 결과물을 창출하는 창의성(Creativity)을 핵심 역량으로 요구했습니다.  그리고 구성주의가 대두되면서, 학습자가 지식을 수동적으로 받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구성하며 구체적인 산출물(Product)을 만들어내는 수행 능력에 초점을 맞추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배경 하에, 2001년 로린 앤더슨, 데이비드 크라쓰월 등 블룸의 제자들이 교육 목표 분류를 다음처럼 재정비했습니다: 기억하기(Remembering) → 이해하기(Understanding) → 적용하기(Applying) → 분석하기(Analyzing) → 평가하기(Evaluating) → 창조하기(Creating). 모든 영역이 동사형으로 바뀌었으며, 기존의 '종합(synthesis)'이 '창조하기(Creating)'로 바뀌어 '평가하기(evaluating)'보다 높은 최상위 단계로 자리 잡았습니다.

블룸의 교육목표 taxonomy 중 개정된 인지적 영역의 6단계를 시각화한 다층 피라미드형 그래픽. 가장 기초 단계인 기억하기(Remember)에서 이해(Understand), 적용(Apply), 분석(Analyze), 평가(Evaluate)를 거쳐 최상위 단계인 창출(Create)에 이르는 사고 수준의 위계를 명확히 보여주는 교육 심리학 기반의 학습 설계 도구를 표현한 이미지

앤더슨과 크로쓰웰 등이 2001년 개정한 인지적 목표 영역의 위계: ‘종합’을 ‘창조’로 통합하여 최상위로 변경

이는 시대적 상황에 맞물려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행위가 판단을 내리는 행위보다 더 복잡한 인지적 요구를 가진다고 해석했기 때문입니다.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을 최상위로 둔 이 재구조화는 생성형 AI가 일상화된 시대에 이르기 전 약 20여년 동안 교육자 및 교수설계자들에게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습니다.

2001년 개정판이 '창조하기(Creating)'를 최고 단계로 설정한 것은 당시의 창의성 및 구성주의적 요구를 반영한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평가’(판단)하는 능력을 제치고 ‘창조’하는 능력을 최고의 인지적 활동으로 포지셔닝한 2001년 이래로 가르치는 일을 업으로 하는 전문가들은 인지적 영역의 교육목표의 최상위 수준이 ‘창조’하는 능력을 개발할 수 있도록 교수설계에 많은 변화를 주었을 터입니다.

생성형 AI가 대중적으로 일상화되기 시작한 2022년 11월 OpenAI의 ChatGPT 공개는 결정적인 전환기가 되었습니다. AI가 글쓰기, 코드 생성 등 '창조하기' 단계의 인지적 활동을 높은 수준으로 대리 수행하면서, 2001년 교육목표 분류의 최고봉인 ‘창조하기’ 마저 기계가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현실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3. AI 일상화 이후(2022년): 또 한 번의 전환점, ‘창조’능력이 다시 ‘평가’ 능력으로?

생성형 AI의 확산 이후, ‘창조력’을 최상위 인지적 위계로 세웠던 블룸의 후배 학자들의 교육목표 분류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게 된 틀로 보입니다. 블룸의 최초의 위계대로 지적 능력의 최상위 수준은 다시 ‘평가’(판단) 능력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글을 쓰면서 한번 더 깊이 생각해보게 됩니다. 고정된 위계를 시대 변화에 따라 계속 수정하는 방식(재정립)은 또 다른 한계를 가질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됩니다.  그 이유는:

  • 효용의 급격한 단축: 2001년 '창조'를 최상위에 두는 재정립은 불과 20여 년 만에 AI에 의해 그 효용이 급격히 단축되었습니다. 미래의 기술 발전 속도를 감안할 때, 이는 비효율적이며 교육 시스템에 지속적인 혼란만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 교육 효과성 논란의 지속: 70년 전 블룸과 동료들이 해결하고자 했던 목표의 모호성이 여전히 교육 효과성 논란의 본질이라면, 최고봉을 무엇으로 할지 계속 바꾸는 것만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이제는 '재정립(Reconstruction)'이 아닌 '재구조화(Restructuring)'의 관점에서 접근하여, 위계 자체를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 핵심 구조는 유지하면서 유연성을 부여하는 방식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4. 창조 능력 vs. 평가능력? 선택이 아닌 유연성을 갖춘 구조적 틀로의 전환

구조적 안정성 내에서맥락적 재구조화를 해보자는 것은 블룸의 인지적 위계를 '고정된 사다리'가 아닌, '맥락적 유연성을 갖춘 구조적 틀'로 바라보자는 것입니다. 최고봉을 계속 변화시키는 대신, 위계의 핵심 구조는 유지하되, 최상위 인지 능력의 가중치를 학습 환경과 목적에 따라 유연하게 조정하는 방식이 가능하지 않을까요? 예를 들어, 예술 분야에서는 여전히 '창조' 능력이, 금융 및 법률 분야에서는 '평가(판단)' 능력이 해당 맥락의 최상위 능력으로 기능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접근은 1950년대 블룸을 비롯한 학자들이 수 년을 연구한 업적과 후배 학자들의 작업 결과물에 돌 하나 얹어보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수고를 하지 않고 현재 상황에 맞는 효율적인 교육 방식을 취할 수 있는 실질적인 이점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AI 시대의 교육 목표는 이제 고정된 '최고 능력 수준'를 찾는 것이 아니라, 목표와 활동, 평가를 연결하는 블룸의 '구조적 틀'을 활용하여 각 상황에 필요한 최적의 고차원적 인지 능력을 유연하게 발현하도록 훈련하는 데 중점을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IV. 블룸의 목표 위계를 ‘살아있는 도구’로 이해하기: 교수설계자를 위한 도구주의적 접근에 대한 경계와 균형

교육 현장에서는 시대를 아우르는 거장들의 업적을 그대로 적용하려다 보면, 각 현장의 고유한 맥락을 놓친 채 도구주의적 접근으로 흐르기 쉽습니다. 저 역시 초보 시절에는 그러한 방식을 시도하곤 했습니다. 경험상 도구주의적 접근은 설계와 실행을 간편하게 만들어주지만, 동시에 깊이 있는 이해와 유연한 적용을 제한하는 위험을 내포합니다. 따라서 이러한 도구들을 대할 때에는 사용자의 철학적 균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블룸의 교육목표 위계는 “인간 사고를 완벽히 이해했다”는 선언이 아니라, 그 복잡한 구조를 조금이라도 더 잘 이해하려는 탐구의 산물이며, AI가 일상에 파고든 지금도 교육자에게 유효한 안내선으로 기능합니다. 블룸의 세 가지 목표 영역을 처음 접하고, ‘안다는 것’의 위계를 이해했을 때, 복잡하게 얽혀 있던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라는 실타래가 풀리는 듯한 경험을 했습니다. 그것은 자연스럽게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로 이어졌고, 그 탄탄한 연결성은 지금도 감탄을 자아냅니다.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선다’는 말이 실제로 이런 느낌일 것입니다.

지나친 도구주의적 접근을 경계하면서도, 그 도구를 올바르게 사용할 때 얻을 수 있는 가치들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볼 수 있습니다.

1) 도구는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우리는 블룸의 위계를 참고해 SMART 기준에 따라 학습 목표를 세우고 수업을 설계합니다. 그러나 이 모든 과정은 어디까지나 학습자를 이해하고 성장시키기 위한 수단입니다. 너무 학습목표의 위계와 그에 맞는 ‘SMART’한 목표를 세우느라 오히려 학습자 개인의 맥락과 다양성을 놓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2) 프레임은 구속이 아니라 안내선이다

블룸의 위계와 목표 영역, 설계 절차는 혼란을 줄이고 방향을 제시해주는 안내선입니다. 그러나 그 선 위에서만 움직여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뛰어난 교수자는 프레임을 넘어설 때 더 많은 가능성과 창의성을 발견합니다. 지나친 틀 맞추기는 교수자의 감각·상상력·자율성을 오히려 갉아먹을 수 있습니다.

3) ‘주기율표’가 아니라 ‘지도(map)’로 사용한다

주기율표는 절대적 법칙의 체계지만, 블룸의 위계는 그렇지 않습니다. 인간의 사고는 화학 공식처럼 깔끔하게 떨어지지 않으며, 문화·상황·표현·해석에 따라 달라지는 살아 있는 구조입니다. 블룸은 사고를 표준화하려 한 것이 아니라, 사고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지도를 제시한 것입니다. 우리는 이것을 외우기 위한 표가 아니라, 방향을 잡기 위한 지도처럼 유연하게 활용해야 합니다.

4) 교수설계의 실타래를 푸는 통쾌한 프레임으로 활용한다

교수자 입장에서 학습 목표를 세운다는 것은 종종 혼란과 막막함으로 다가옵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지?", "이 목표는 너무 쉬운가?”, “이걸 목표로 삼아도 될까?". 이 때 블룸의 위계는 마치 엉킨 실타래에 단서를 주는 실마리처럼 작동합니다. "이건 기억인가, 이해인가, 적용인가?"라고 질문을 던지는 순간, 학습의 초점이 또렷해지고 수업의 방향이 정리되기 시작합니다. 블룸의 목표 위계는 복잡한 사고의 흐름을 분해해주는 언어적 도구이자 인지적 정리 장치의 역할을 합니다.

5) 문화와 맥락에 따라 계속 진화하는 ‘살아있는 도구’로 바라본다

1956년 최초 제시 이후 2001년 개정판을 거쳐, 지금도 “평가가 위인가 창조가 위인가?”, “AI 시대에는 무엇이 더 중요한가?”라는 논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블룸의 이론이 고정된 구조물이 아니라 시대와 함께 호흡하는 지속적 논의의 장임을 보여줍니다. 전 세계 교육자들이 자신의 맥락에 맞게 재해석하며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 위계의 지속적인 힘을 말해줍니다. 모든 교육 이론은 시대와 함께 호흡할 때 진정한 가치를 가지는 것 같습니다.

6) 교수설계는 과학이자 예술임을 잊지 않는다

목표와 평가를 정량화하려는 노력은 교육의 과학적 측면을 강화합니다. 그러나 인간의 내면, 사고, 감정, 통찰은 정량화되기 어려운 영역입니다. 블룸의 위계는 교수설계에서 학습목표를 구조화하고 평가 기준을 명확히 하는 과학적 기반이 되면서도, 학습자의 동기·의미·통찰과 같은 정량화할 수 없는 요소를 담아낼 여지를 제공하는 예술적 도구이기도 합니다. 즉, 위계적 분류는 체계성을 제공하면서도, 학습자의 맥락·조직 문화·교육 철학에 따라 새로운 학습 경험을 창조할 수 있는 여지를 남깁니다.

결국 블룸의 위계는 ‘틀을 주되, 틀에 가두지 않는’ 방식으로 과학적 엄밀성과 인간적 창의성을 조화시키며, 교수설계자의 사고와 실천을 확장시키는 안내자로 기능합니다.

V. 맺음말: AI 시대, 인간 역량의 본질을 되찾다

아이작 뉴턴이 "내가 더 멀리 보았다면 그것은 거인들의 어깨 위에 서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듯이, 벤자민 블룸의 교육 목표 분류학은 AI 시대의 본질을 통찰하는 가장 강력하고 변치 않는 기준점이 될 수 있습니다. 블룸의 틀을 다시 들여다보는 것은, 인류 지성의 가장 기본적인 틀을 활용하여 AI 시대라는 거대한 변화에 가장 전략적으로 대응하려는 지혜로운 행위라고 보는 것입니다.

AI 시대, 고차원적 인간 역량으로 목표를 재설정

AI는 이제 단순한 정보 기억(remembering)을 넘어 '창조(Creating)' 영역의 초안 생성까지 효율적으로 대신합니다. 따라서 교육과 학습의 초점은 AI가 할 수 없는 '고차원적 인간 역량'으로 분명하게 이동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교육업계의 많은 전문가와 실무자들도 입을 모아 이 관점에 대해 강조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그 증거들을 마주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학습 목표의 보편성: 학교·기업·평생교육 모두에 적용

이러한 블룸 위계의 재해석은 학교 교육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기업 교육이든 평생 교육이든, 학습이 발생하는 모든 환경에서 '인간이 궁극적으로 도달해야 할 학습 목표가 무엇인가?'에 대한 가장 체계적인 해답을 제시합니다.

결국 AI 시대의 교육 혁신은 새로운 기술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70년 전 거장들이 제시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최종 판단력과 윤리적 가치를 굳건히 세우는 것에서 시작되는 것이 바람직해 보입니다. 이 명확한 목표를 향해 교수-학습 활동을 재설계할 때, 우리는 AI 시대에서도 인간의 성장을 지속하고 교육의 본질을 지켜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

 

※ 아티클 발행 정보 및 저작권 고지

[AI 활용 고지] 본 아티클의 논리적 구조화, 표현 보완 및 체계적인 정리를 위해 Google의 생성형 AI 도구인 Gemini의 도움을 받았으며, 최종적인 내용 검토 및 편집은 저자가 직접 수행했음을 밝힙니다.

[저작권 및 사용 안내] © 2025 김미정. All Rights Reserved.

본 아티클의 모든 내용(텍스트, 구조, 논리 전개)에 대한 저작권은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저작권자의 명시적인 허가 없이 본문의 전체 또는 일부를 무단 복제, 배포하거나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합니다. 내용 인용 시에는 반드시 출처(BBL Learning 및 원문 링크)를 명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별도의 사용 (예: 강의 자료, 교재 활용, 상업적 재배포)을 원하시면 [bbl.learning.org@gmail.com] 혹은 contact을 통해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참고문헌

  • Anderson, L. W., Krathwohl, D. R., Airasian, P. W., Cruikshank, K. A., Mayer, R. E., Pintrich, P. R., Raths, J., & Wittrock, M. C. (2001). A Taxonomy for Learning, Teaching, and Assessing: A Revision of Bloom's Taxonomy of Educational Objectives. New York: Longman.

  • Bloom, B. S. (Ed.). (1956). Taxonomy of Educational Objectives, Handbook I: The Cognitive Domain. New York: David McKay Co. Inc.

  • Krathwohl, D. R., Bloom, B. S., & Masia, B. B. (1964). Taxonomy of Educational Objectives, the Classification of Educational Goals. Handbook II: Affective Domain. New York: David McKay Co. Inc.

  • Mager, R. F. (1962). Preparing Instructional Objectives. Fearon Publishers.

  • OpenAI. (2022). Introducing ChatGPT. (Reference for the widely recognized public release date and its impact.)

  • Simpson, E. J. (1972). The Classification of Educational Objectives in the Psychomotor Domain. The Vocational and Technical Education News, 10, 1.

Previous
Previous

나는 내 삶의 저자다: 청소년 라이프 리더십—지금의 나와 미래의 나를 연결하는 힘

Next
Next

세상은 우리가 가르치는 대로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