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성을 남기는 ODA의 역량강화: 교육을 넘어선 학습과 변화의 설계. Enhancing Sustainability in ODA Capacity-Building

Enhancing Sustainability in ODA Capacity-Building: Designing Learning and Change Beyond Trai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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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관점은 기업교육 영역에서 현장 변화를 설계해 온 오랜 실무 경험과, 국제개발 현장에서 역량강화 부문에서 직접 설계·운영하며 관찰해 온 축적된 문제의식에 기반한다. 두 영역은 맥락은 다르지만, ‘학습이 실제 변화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라는 질문 앞에서는 놀라울 정도로 유사한 한계를 보여 왔다.

들어가며: ODA 역량강화를 바라보는 관점과 분석 틀

왜 지금, ODA에서 역량강화를 다시 묻는가

본 글은 ODA에서 오랫동안 핵심 수단으로 활용되어 온 ‘역량강화(capacity building)’를, 개인 역량(individual competency) 강화에 한정된 관행을 넘어 조직 및 제도 차원의 역량(capacity)까지 포함하는 지속가능성의 관점에서 재검토하고, 교육·연수 중심 접근을 넘어 현장 변화가 실제로 남도록 설계하는 방식을 체계적으로 정리한다.  단순한 요약이나 선언적 비판이 아니라, 기존 프랙티스가 왜 형성되었고 어떤 지점에서 한계에 도달했는지를 짚은 뒤, 성과공학, 현장중심 교수설계, 학습자경험설계(LXD), 현장적용/전이촉진 설계를 통해 역량강화를 어떻게 다시 설계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인 판단 단위와 구조 중심으로 풀어낸다. 이러한 논의는 교육·연수 자체의 개선을 넘어, ODA 프로젝트 사이클 전반에서 성과관리 요소와 긴밀히 연결되어야 한다는 전제를 포함한다.

민간 기업교육 분야에서는 이미 성과공학 기반 접근, 현장 적용 중심 교수설계, 학습자 경험 설계를 결합한 액션러닝(Action Learning)과 프로젝트 기반 학습(Project-Based Learning) 방식이 널리 활용되어 왔다. 이들 방식은 학습을 지식 전달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실제 업무 맥락에서의 행동 변화와 성과 창출로 연결하는 구조를 갖는다. 이러한 접근은 기업교육에 국한되지 않으며, 학교교육 현장에서도 적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ODA 프로젝트 환경에서도 원칙적으로 적용이 불가능하다고 볼 이유는 없다.

국제개발 논의에서 확장된 역량강화 개념

국제개발 분야에서도 ‘역량강화(capacity building)’ 혹은 ‘조직 강화(institutional strengthening)’는 오랫동안 주요 논의 주제로 다루어져 왔다. UNDP, OECD DAC 등 국제기구는 역량강화를 교육·훈련에 한정하지 않고, 조직 구조, 의사결정 체계, 제도화와 지속가능성까지 포함하는 전략적 개입으로 정의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문헌과 프로젝트 현장에서는 여전히 개인 학습 중심, 단발성 교육 중심 접근이 지배적인 경우가 많다. 지속가능성과 현장 변화를 강조하는 담론은 확대되고 있으나, 이를 실제로 구현할 수 있는 설계 언어와 실행 구조는 충분히 축적되지 못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국제개발 논의에서 사용하는 역량강화(capacity building)는 개인의 역량(individual competency), 조직 역량(organizational capacity), 제도·시스템 역량(institutional/systemic capacity)이 서로 다른 수준에서 동시에 강화되는 과정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이해된다.

일반적으로 이는 개인이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하는 개인 역량(individual competency), 조직 차원에서 역할과 책임이 작동하고 의사결정과 업무 프로세스가 유지되는 방식을 포함하는 조직 역량(organizational capacity), 그리고 법·제도·규칙·공식 절차, 인프라 등 환경적 조건을 포함하는 제도·시스템 역량(institutional/systemic capacity)을 함께 아우른다. ODA 프로젝트는 본질적으로 이 세 수준의 역량 강화를 동시에 지향하는 개입이라는 점에서, 특정 활동 하나만으로 그 성과를 대표하기 어렵다.

한국 ODA 맥락에서 역량강화 개념

그러나 실제 한국 ODA 현장에서는 capacity building이라는 용어가 ‘역량강화’라는 한글 표현으로 번역·사용되면서, 조직 및 제도·시스템 역량(capacity)을 포함하는 개념임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역량(individual competency)을 강화하기 위한 교육연수와 거의 동일한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는 교육이 상대적으로 설계와 집행이 명확하고, 단기간에 가시적인 산출을 제시하기 용이하다는 현실적 이유와 무관하지 않다. 반면 조직 구조의 변화나 제도·시스템의 정착은 프로젝트 기간과 예산의 제약 속에서 설계 단계에 머물거나, 하드웨어와 제도 마련에 그치고 실행과 내재화까지 이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capacity building이라는 이름 아래 개인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 활동만 반복적으로 수행되는 구조가 형성된다.

문제의식과 분석 관점

이 글은 이러한 현실을 전제로 하되, ODA에서의 역량강화를 교육연수 자체의 완성도로만 논의하지 않는다. 오히려 교육을 통한 개인 역량 강화가 조직 역량 및 제도·시스템 역량과 어떻게 연결될 때 프로젝트 성과와 지속가능성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교육공학 관점에서 재검토하고자 한다.

따라서 이후의 논의에서 다루는 교육과 학습은 독립적인 개입이라기보다, 전체 ODA 프로젝트의 성과 구조 속에서 위치 지어지는 하나의 구성요소로 다루어진다.

이에 본 글에서는 한국 ODA의 경험과 국제사회 논의를 함께 검토하며, 역량강화를 단순한 교육 활동이 아닌 지속가능한 변화 구조로 설계할 수 있는 관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ODA 프로젝트는 이 세 수준의 역량 강화를 동시에 지향하지만, 실제 사업 집행 과정에서는 교육연수를 통한 개인 역량 강화 활동이 capacity building 전체를 대표하는 것처럼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이 글은 앞서 살펴본 관행을 출발점으로 삼아, 교육연수 기반의 개인 역량 강화가 조직 및 제도·시스템 역량과 어떻게 연결되어야 지속가능한 성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중심으로 체계적으로 살펴본다.

앞에서 설정한 개념적 틀을 바탕으로, 다음 장에서는 한국 ODA가 어떤 역사적·구조적 경험 속에서 역량강화 접근을 형성해 왔는지를 살펴본다. 이를 통해 현재의 프랙티스가 형성된 맥락과, 그 한계가 어디에서 발생하는지를 보다 구체적으로 검토하고자 한다.

I. 한국 ODA와 지속가능성, 그리고 역량강화를 다시 묻다

이 장에서는 한국 ODA가 형성되어 온 고유한 역사적·경험적 맥락을 바탕으로, 역량강화가 왜 오랫동안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아 왔는지를 살펴본다. 수원국에서 공여국으로 전환한 한국의 개발 경험이 ODA 설계에 어떤 문제의식과 자산을 남겼는지를 정리하고, 지속가능성이 ODA의 핵심 기준으로 부상한 배경을 함께 짚는다. 이러한 맥락적 검토를 통해, 이후 장에서 다룰 역량강화 논의가 교육·연수라는 개별 수단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조직·제도 수준의 역량을 어떻게 연결하고 축적할 것인가라는 한국 ODA의 정체성과 직결된 질문임을 분명히 한다.

수원국에서 공여국으로: 한국 ODA의 고유한 출발점

한국의 공적개발원조(ODA)는 단순한 재정 지원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한국은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던 수원국에서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공여국으로 전환한 사례이며, 이 전환의 과정 자체가 하나의 개발 경험으로 축적되어 왔다. 산업화, 제도 구축, 행정 역량 형성 과정에서 한국은 외부 재원뿐 아니라 정책 자문, 기술 이전, 인적 연수를 동시에 경험했고, 이 복합적인 경험이 오늘날 한국 ODA의 정체성을 형성했다.

이 때문에 한국 ODA는 ‘얼마를 지원했는가’보다 ‘어떤 방식의 개발협력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 속에서 의미가 규정되어 왔다. 단기간의 가시적 성과보다는, 제도와 정책이 실제로 작동하기까지의 시행착오, 그 과정에서 공무원과 실무자가 학습하고 판단을 축적한 경험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 한국 ODA의 중요한 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개발을 완성된 모델의 이전이 아니라, 과정과 판단의 축적을 지원하는 협력으로 이해하는 관점과 맞닿아 있다.

지속가능성의 핵심 질문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은 단순한 부가적 개념이 아니라 ODA 성패를 가르는 핵심 기준으로 등장한다. 프로젝트 종료 이후에도 변화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남겼는지가 아니라, 누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판단과 행동을 할 수 있게 되었는가를 묻는 것이 중요하다. 건물과 장비, 시스템은 시간이 지나면 노후화되거나 대체되지만, 판단 기준과 문제 해결 방식은 사람과 조직 안에 축적되어 이후의 선택에 영향을 준다.

따라서 역량강화는 ODA의 보조적 활동이 아니라 지속가능성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메커니즘으로 간주된다. 실제로 한국 ODA 프로젝트에서는 초기 단계부터 연수, 교육, 훈련이 주요 구성요소로 포함되었고, 이는 한국의 개발 경험이 ‘사람과 조직의 학습’을 통해 가능했다는 인식과도 깊이 연결된다. 그러나 이때의 역량강화는 주로 교육 제공 자체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 학습 이후 현장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야 하는지에 대한 설계는 상대적으로 덜 다루어졌다.

그러나 반복되는 현장의 질문

ODA 현장에서는 유사한 질문이 반복되고 있다.

  • “교육과 연수는 충분히 이루어졌는데, 그 이후에 무엇이 남았는가?”

  • “참여자 만족도는 높은데, 왜 현장의 일하는 방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가?”

  • “해당 교육과 연수가 ODA 사업목표에 어떻게 기여를 했는가?

이 질문은 역량강화의 필요성을 부정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역량강화가 지속가능성에 실제로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가를 다시 묻는 질문에 가깝다.

과거의 역량강화 방식은 그 시대의 조건 속에서는 합리적이었다. 정보 접근성이 제한적이던 시기에는 ‘아는 것’ 자체가 중요한 역량이었고, 외부 전문가의 강의와 해외 연수는 학습 효과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오늘날 개발 환경에서는 교육을 통해 개인의 지식과 인식은 변화했지만, 조직의 판단 구조와 업무 프로세스는 그대로 유지되는 경우가 반복된다. 문제는 교육의 양이나 강사의 전문성이 아니라, 역량강화를 어떻게 설계하고 무엇과 연결할 것인가에 대한 관점에 있다.

II. 교육은 있었지만 변화는 남지 않았다: ODA 역량강화의 구조적 한계

앞선 장에서 제기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이 장에서는 한국 ODA에서 수행되어 온 역량강화 활동이 왜 반복적으로 개인 학습 수준에 머물러 왔는지를 구조적으로 분석한다. 교육과 연수는 충분히 제공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학습이 조직의 판단과 업무 방식 변화로 이어지지 못한 이유를 개인의 의지나 역량 부족이 아니라 설계 구조의 한계에서 찾는다. 이를 통해 기존 역량강화 접근이 지속가능성 확보에 취약할 수밖에 없었던 조건을 명확히 드러낸다.

개인 학습에 머무는 교육

지금까지 많은 ODA 역량강화는 교육 참여자의 만족도, 인식 변화, 개인의 이해도 향상을 중심으로 성과를 판단해 왔다. 이는 교육이라는 활동의 특성상 비교적 측정이 용이하고, 단기간에 성과를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합리적 선택처럼 보인다. 실제 사업 종료 보고서에는 교육 횟수, 참여 인원, 만족도 점수와 같은 지표가 주요 성과로 제시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러한 지표는 교육이 제공되었다는 사실만 보여줄 뿐, 그 교육이 현장의 판단과 행동을 어떻게 바꾸었는지는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동일한 행정 절차를 반복 수행하던 실무자가 교육 이후에도 기존 관행대로 업무를 처리한다면, 개인 이해도 향상은 조직 차원의 변화로 연결되지 않는다. 개인 학습이 조직의 기준이나 업무 프로세스로 연결되지 않는 한, 성과 판단은 교육 경험에 머물 수밖에 없다.

인력 교체 속에서 사라지는 학습

ODA 현장은 인사 이동과 조직 개편, 외부 환경 변화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교육을 통해 새로운 관점과 문제 인식을 획득한 담당자가 일정 기간 이후 다른 부서로 이동하거나 현장을 떠나면, 해당 사업에서 축적된 학습은 개인에게는 만족스러운 학습 경험으로 남는 반면, 조직 차원에서는 공유되거나 축적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조직 차원에서 일관되게 유지되는 판단 기준이 없다면, 후임자는 동일한 시행착오를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교육을 통한 개인 역량(individual competency) 강화가 개인의 능력 증진에는 기여했을지라도, 조직 역량(organizational capacity) 차원에서 의사결정 방식과 기준이 축적되는 학습(institutional learning)으로 전환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역할 정의, 업무 매뉴얼, 의사결정 기준과 연결되지 않은 학습은 문서로 남지 않고 결국 사람과 함께 이동한다. 이러한 구조는 지속가능성을 목표로 하는 ODA에서 역량강화 투자의 효과를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조직에 축적될 수 있는 체계 부재

많은 ODA 교육 프로그램은 ‘알아야 할 주제’ 혹은 ‘지식’이라는 관점에서 계획되어,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특정 교육대상자를 위해 전문 내용을 구조화해 전달하는 형태가 대부분이다. 특정 기술이나 기자재 사용법, 실험 방법뿐 아니라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프로젝트 관리 등 범용적이고 중요해 보이는 주제를 중심으로 설계된다.

그러나 이러한 교육은 대부분 개별 지식이나 기술 전달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특정 사업과 특정 조직의 실제 과업과 연결되는 사례가 존재하더라도, 그 연결이 조직 차원의 구조나 기준으로 축적·유지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 결과 교육 종료 후에는 교재나 매뉴얼 정도만이 조직 내 자산으로 남고, 학습 내용이 실제 업무 수행 방식이나 판단 구조에 체계적으로 정착되지 못한다. ODA 현장은 인력 이동, 조직 개편, 외부 환경 변화가 빈번하기 때문에, 이러한 연결 고리가 없으면 학습 효과는 개인 수준에서 사라지고, 조직 차원의 지속가능한 역량 강화로 이어지기 어렵다.

즉, 지속가능한 역량강화 체계가 마련되지 않으면, 교육을 통해 강화된 개인 역량(individual competency)은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끝날 뿐 조직 역량(organizational capacity)으로 축적되지 못한다. 그 결과 현장 변화와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가 발생한다.

III. 관점의 전환: 현장 변화를 설계하는 역량강화

이 장에서는 기존 역량강화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관점의 전환을 제시한다. 역량강화를 단순한 교육 활동이 아니라,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요구되는 판단과 행동을 변화시키는 설계 문제로 재정의하고, 성과공학과 역할 중심 접근을 통해 개인 학습이 조직의 구조로 전환되는 논리를 설명한다. 이후 전개될 논의는 ‘누가 교육을 받았는가’가 아니라, ‘어떤 역할이 어떤 맥락에서 어떤 판단을 해야 하는가’를 중심으로 역량강화를 다시 구성하는 데 초점을 둔다.


교육 활동이 아닌 구조적 접근으로 보기

앞선 한계들은 특정 사업이나 실행 주체의 역량 부족 때문이 아니라, 역량강화를 하나의 ‘교육 액티비티’로 정의해 온 관점에서 비롯된 구조적 결과에 가깝다. 교육이 하나의 독립된 행사로 설계될 때, 그것은 프로젝트 전체의 변화 논리와 분리되기 쉽고, 종료와 동시에 영향력도 함께 사라진다.

관점을 전환하면 질문의 초점 역시 달라진다. “얼마나 많은 사람을 교육했는가?”가 아니라, “이 프로젝트를 통해 반드시 달라져야 하는 현장의 판단과 행동은 무엇인가?”, “그 변화는 어떤 조건이 갖춰질 때 유지될 수 있는가?”가 핵심 질문이 된다. 이때 역량강화는 개별 활동이 아니라,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구조적 장치로 재정의된다.

성과공학 관점과 결과 지표의 도입

성과공학(performance technology)은 성과가 기대만큼 나타나지 않을 때, 이를 개인의 역량 부족으로 단순 환원하기보다 전체 시스템 관점에서 원인을 분석한다. 문제가 발생하면 곧바로 “교육을 더 하면 된다”는 해법으로 연결하는 기존 접근에 제동을 거는 관점에 가깝다. 즉, 해당 업무가 어떤 구조 안에서 수행되고 있는지, 역할과 책임은 명확하게 정의되어 있는지, 판단과 수행을 지원하는 정보·제도·환경이 함께 갖추어져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검토한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서만 교육이 실제로 필요한 경우와, 교육 외의 구조적 개선이 우선되어야 할 경우를 구분할 수 있다.

ODA 맥락에서도 마찬가지다. 교육과 함께 조직 구조, 업무 방식, 의사결정 체계 등 핵심 요소들이 함께 변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기존과 동일한 교육 방식만 반복하는 것은 사업 목표 달성과 지속가능성 확보에 효과적으로 기여하기 어렵다. 물론 기존 체제는 그대로 둔 채 구성원만 교육하더라도 목표가 달성되는 경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는 구성원의 역량 부족이 문제의 핵심 원인인 경우이거나, 향후 사업 추진을 위해 핵심 인력을 먼저 육성해 이들을 중심으로 변화를 이끌고자 하는 전략적 선택일 때 가능하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를 제외하면, 일반적으로 프로젝트 목표를 안정적으로 달성하고 그 성과를 지속가능한 변화로 남기기 위해서는 역량강화가 전체 시스템 변화 노력과 함께 설계될 때에만 효과를 발휘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결과(outcome) 지표와 과정(process) 지표를 명확히 구분하는 일이다. 참여율이나 만족도는 교육이 제공되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과정 지표에 해당하며, 그 자체로는 현장의 변화 여부를 설명하기 어렵다. 실제 성과는 현장에서의 판단 기준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업무 수행 방식이 얼마나 일관되게 변화했는지, 의사결정의 질이 어떻게 개선되었는지와 같은 결과 지표를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결과 지표가 명확히 설정될 때, 역량강화는 단순한 활동이 아니라 전략적으로 설계되고 관리되어야 할 핵심 요소로 자리 잡게 된다.

이 관점은 교육 이벤트의 성패를 평가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프로젝트 설계 전반에서 변화를 지속시키는 메커니즘으로서 역량강화를 재해석하도록 만든다. 특히 ODA 프로젝트에서는 성과관리 전문가가 별도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역량강화 부문 전문가와 성과관리 전문가 간의 긴밀한 협업 구조 없이는 이러한 접근을 현실적으로 구현하기 어렵다.


개인 학습을 조직의 구조로 전환하기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교육을 통해 강화되는 구성원 역량(individual competency) 자체보다, 해당 역량이 조직의 역할·판단·업무 구조로 작동하는 조직 역량(organizational capacity)에 포커스를 두어야 하며, 개인이 보유한 능력의 총합으로 이해하는 관점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대신 역량을, 특정 맥락 속에서 수행해야 할 역할과 그 역할이 요구하는 의사결정과 행동의 집합으로 재정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역량강화의 초점을 ‘누가 교육을 받았는가’에 두기보다, ‘어떤 역할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며, 그 판단이 반복적으로 요구되는 맥락은 무엇인가’를 먼저 규정하는 작업으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ODA 프로젝트에서 구성원 역량강화가 필요한 영역을 들여다보면, 조직 체계상 직무 포지션별로 각 역할이 서로 다른 의사결정 책임을 지니고 있으며, 그에 따라 요구되는 역량 또한 동일하지 않다는 점이 분명해진다. 특히 ODA 프로젝트는 기존 체제를 유지·관리하는 사업이 아니라 새로운 제도, 절차, 업무 방식을 도입하거나 변화시키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프로젝트 초기 단계에서 조직 구조를 정리하고 각 포지션별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하는 작업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역할 정의 없이 제공되는 교육은 내용이 포괄적이거나 추상적으로 흐르기 쉽다. 설령 교육 내용 자체는 구체적이고 전문적이라 하더라도, 교육 이후 현장에서 각자가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지, 어떤 판단을 자신의 책임으로 내려야 하는지가 명확하지 않다면 교육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학습은 개인의 이해 수준에 머물고, 조직 차원의 변화로 이어지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이 지점에서 필요한 작업이 바로 개인 역량(individual competency)을 조직 차원의 수행 기준으로 전환하기 위한 역량모델링(competency modeling)이다. 역량모델링은 단순히 개인이 갖추어야 할 능력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반복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핵심 과업과, 그 과업 수행 과정에서 요구되는 의사결정 기준과 행동 양식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과정이다. 다시 말해, ‘무엇을 알고 있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할 수 있어야 하는가’를 역할 중심으로 구체화하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구성원 역량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실제 수행을 판단하고 평가할 수 있는 기준으로 기능하게 된다. 역할별 역량모델이 문서화되고 조직 내에서 공유될 때, 개인이 교육을 통해 획득한 학습은 개인의 경험에 머무르지 않고 조직이 공통으로 참조할 수 있는 기준과 언어로 전환된다. 이때 비로소 조직의 역량강화는 개인 학습을 넘어 조직의 구조와 운영 방식 속에 축적되는 기반을 갖추게 된다.

역량모델에 기반한 교육체계 수립

역할과 역량이 정의되면, 교육체계 수립 역시 자연스럽게 재구성될 수 있다. 교육은 단발성 프로그램의 집합이 아니라, 역할 수행 수준을 단계적으로 높이기 위한 체계로 설계된다. 신규 담당자를 위한 기초 교육, 역할 숙련도를 높이기 위한 심화 학습, 실제 과업을 통해 역량을 검증하는 현장 기반 학습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교육 내용이 역량모델과 직접적으로 대응되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특정 교육이 어떤 역할의 어떤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다면, 교육의 필요성과 성과를 설명하기 어렵다. 반대로 교육이 역량모델에 기반해 설계될 경우, 교육 참여 여부가 아니라 역할 수행 수준의 변화가 성과 판단의 기준이 된다.

표준화된 역량모델과 이에 연동된 교육체계는 새로운 담당자가 빠르게 역할을 이해하고 기존 판단 기준을 이어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는 역량강화를 개인의 성장 경험이 아니라, 조직이 유지해야 할 운영 체계로 전환하는 핵심 장치가 된다.

현장 변화 중심 교수설계와 연결된 학습 경험

앞서 정의한 역할과 역량모델은 교수설계 단계에서 구체적인 판단 기준으로 기능해야 한다. 현장 변화 중심 교수설계란, 교육을 통해 무엇을 ‘알게 할 것인가’보다 교육 이후 현장에서 무엇이 달라져야 하는가를 중심에 두는 설계 접근이다. 이는 학습 목표를 지식 습득이 아니라 수행 변화로 설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ODA 역량강화에서 현장은 계획된 시나리오보다 불확실성이 훨씬 크다. 따라서 교수설계는 이상적인 절차를 가르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로 빈번하게 발생하는 변동 상황에서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하는지를 다루어야 한다. 사례 기반 학습, 시뮬레이션, 현장 과업과 연동된 학습 설계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러한 접근에서 학습 경험은 단순한 전달 구조가 아니라, 학습자가 자신의 역할을 인식하고 의사결정을 연습하는 경험으로 설계된다. 교육 내용, 학습 활동, 평가 방식은 모두 역할 수행 맥락과 일관되게 연결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교육은 현장의 대리 경험으로 기능하게 된다.

학습자경험설계를 ODA 맥락으로 확장하다: 교육 전-중-후 전체 흐름 설계

학습자경험설계는 종종 교육 콘텐츠를 ‘더 잘 전달하기 위한 방법론’으로 오해되지만, ODA 맥락에서는 그 의미가 훨씬 넓다. 여기서 학습자는 단순한 교육 참여자가 아니라, 복합적인 이해관계 속에서 판단을 내려야 하는 실무자이기 때문이다.

ODA에서의 학습자경험설계는 교육 전–중–후의 전체 흐름을 하나의 경험으로 바라본다. 교육 이전에는 자신의 역할과 기대되는 판단 책임을 명확히 인식하도록 돕고, 교육에서 다룰 현장의 과제와 상황을 미리 살펴보거나 준비하게 하며, 교육 중에는 실제 상황과 유사한 맥락에서 사고와 의사결정을 연습하게 하고, 교육 이후에는 현장 적용과 성찰이 이어지도록 설계해야 한다.

이 관점에서 학습자경험설계는 교수설계의 미시적 기법이 아니라, 역량모델–교육체계–현장 적용을 연결하는 상위 설계 원칙으로 기능한다. 이를 통해 학습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역할 수행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과정으로 재정의된다.

IV. 지속가능한 역량강화: 설계와 실행의 전략

앞서 제시한 관점 전환을 바탕으로, 이 장에서는 지속가능한 역량강화를 실제 ODA 프로젝트 설계와 실행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논의한다. 국제사회에서 축적된 역량강화 논의와 한국 ODA의 경험을 연결하여, 교육연수 기반 개인 역량 강화가 조직 역량과 제도·시스템 역량으로 이어지기 위한 설계 전략을 정리한다. 특히 성과관리와의 연계, 현장 변화 유지 메커니즘, 현실적 제약을 고려한 적용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프로젝트 종료 이후에도 변화가 남는 구조를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를 다룬다.

국제사회 논의와 한국 ODA 경험의 연결

지난 수십 년간 국제기구와 공여국 논의에서는 개인 역량(individual competency) 중심 접근을 넘어 조직 및 제도·시스템 역량(capacity)을 포괄하는 역량강화(capacity building)에 대한 인식 전환이 선언되어 있다. 교육 중심 접근을 넘어, 개인에서 조직, 나아가 제도적 역량까지 확장하고, 단기 성과보다 장기적 결과와 지속가능성을 강조한다. 프로젝트 참여와 공동 기획을 통한 오너쉽(ownership)과 시스템 강화(system strengthening)도 핵심 원칙으로 제시된다. 국제사회에서도 교육 중심 접근의 한계를 관찰한 것이다.

그러나 선언에도 불구하고 실제 프로젝트에서는 개인·조직·제도 간 연계와 현장 적용이 충분히 구체적 설계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누가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조직 의사결정 구조와 제도가 어떤 판단 기준을 남기는지까지 설계 언어로 전달되기 어렵다. 본 글에서 강조하는 ‘역할–역량–수행–구조’ 연결 논리는 이러한 공백을 보완하는 핵심 원리다.

역량 이해와 설계 단위 재정의

ODA에서는 역량(capacity)이 종종 조직이나 제도에 내재된 구조적 능력이라기보다, 개인의 능력과 자질에 귀속되어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본 글에서는 역량을 반복적 판단·행동 패턴으로 이해하며, 설계 단위는 역할과 수행 맥락으로 정의한다. 국제개발 참여 기관에서는 오너십, 즉 프로젝트를 현지 주체가 책임지고 운영·결정하도록 하는 주도성을 강조하지만, 프로젝트 종료 이후 누가 어떤 의사결정을 수행할 수 있는지, 기존 의사결정 구조와 무엇이 달라지는지, 그러한 결정을 가능하게 하는 역할·정보·권한 구조까지 설계 단위로 연결되기는 어렵다.

성과 측정과 교육 중심 로직의 한계

성과 측정에서도 개인 역량(individual competency) 강화를 전제로 한 교육 중심 로직이 여전히 존재한다.  결과(outcome)와 영향(impact)을 언급하지만, 실제 역량강화 평가 지표는 과정(process) 지표 중심이다. 프로젝트 사이클에서 참여 전문가들의 역할을 구분하다 보니, 각 전문 분야별 성과지표를 설정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교육 중심 지표에 머물 수 있다.

과정 지표를 결과 지표로 연결하려면 교육을 단순 세션으로 끝내지 않고, 결과로 이어지도록 후속 활동을 설계해야 한다. 예를 들어, 현장에서의 인포멀 러닝(informal learning)을 구조화하는 현장 멘토링 체계, 전문가 코칭, 주기적인 짧은 성찰 세션 등은 역량강화 활동이 궁극적인 변화로 이어지도록 하는 중요한 기제다.  이러한 맥락에서 역량강화 전문가는 교육 설계와 운영에 그치는 역할을 넘어, 현장 적용과 후속 학습까지 포함하는 확장된 설계·실행 책임을 수행하는 주체로 재정의될 필요가 있다.

현장 변화와 지속가능성을 위한 구조적 접근

한국 ODA 경험과 국제기구의 전략적 방향을 연결하면, 역량강화 설계는 현장 변화와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실현하는 구조적 접근이 된다. 지속가능한 ODA에서 역량강화는 단순히 ‘더 많이, 더 열심히’ 교육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어떤 변화가 남아야 하는지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구조를 설계하며, 프로젝트 종료 이후에도 유지되도록 하는 전략적 설계 문제다.

이를 위해 성과공학, 역량 모델, 현장 적용 중심 교수설계, 학습자 경험 설계, 현장 전이 촉진 기제가 유기적으로 결합되어야 한다. 이러한 접근은 단순한 교육 효과를 넘어, 조직과 제도가 지속적으로 학습하고 판단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핵심 메커니즘으로 기능한다.

현지 맥락 반영과 현실적 제약 고려

ODA 현장은 자원, 인력, 시간의 한계가 크고, 문화적 다양성이 풍부하다. 현지 문화와 조직 관행, 이해관계자 역학을 반영하지 않고 표준화된 설계만 적용하면, 설계 원리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ODA 프로젝트에서 역량강화와 학습을 설계하는 주체는, 지역·조직별 맥락을 이해하고 문화적·제도적 차이를 고려해 설계 구조를 조정해야 한다.

한편 현실적 제약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ODA 현장에서는 모든 역할과 역량을 완벽하게 설계·교육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으며, 일부 사업에서는 교육 중심 접근이 여전히 실용적·불가피한 선택이 될 수 있다. 또한 수원국과 공여국, 국제기구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얽혀 있어, 설계 원리가 이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따라서 역량강화 설계는 이상적 구조와 현실적 제약 사이의 균형을 고민하며, 최선의 설계를 찾아 실행하는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

기업 교육에서는 이미 검증된 방식으로 성과를 창출하고 있음에도, ODA 역량강화 방식은 과거 프랙티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사례가 없다는 이유”로 새로운 접근을 도입하지 않으려는 태도는 지속가능한 변화를 놓치는 위험을 내포한다.  ODA 프로젝트에서도 실험과 적용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체계적 경험을 축적해야 한다.

성과관리와의 긴밀한 연계

성과관리와의 긴밀한 연계도 핵심이다. 역량강화 활동은 프로젝트 전체 성과관리 지표와 연결되어야 하며, 교육이나 연수는 단순 활동이 아니라 프로젝트 목표 달성과 직결되는 결과 지표(outcome indicators)에 기반해 설계되어야 한다. 교육 전·중·후 활동, 현장 전이 촉진, 평가 체계가 모두 프로젝트 성과관리 체계 안에서 유기적으로 작동해야 지속가능한 변화가 가능하다.

맺음말

한국 ODA에서 역량강화는 더 이상 교육 활동의 충실도로 평가될 수 없다. 역량은 개인이 소유하는 능력이 아니라, 역할과 판단 책임, 반복적 수행이 조직과 제도 속에서 작동하는 구조로 이해되어야 한다. 교육은 이러한 구조를 가능하게 하는 하나의 수단일 뿐,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따라서 역량강화 설계의 핵심은 교육을 얼마나 잘 했는가가 아니라, 교육을 통해 형성된 개인의 수행이 조직 차원의 판단 기준과 운영 방식으로 전환되는 구조를 남겼는가에 있다. 이는 현장 중심 교수설계, 학습자 경험 설계, 성과관리 체계가 분절되지 않고 하나의 성과 구조 안에서 작동할 때 가능하다.

결국 ODA에서 역량강화는 단순한 개인의 경험 축적이 아니라, 조직과 제도의 지속적 학습과 판단 구조를 만드는 전략적 수단이다. 기업 교육에서 이미 검증된 방식과 경험을 참고하고, 프로젝트별로 현실적 조건과 문화적 맥락을 고려해 적용할 때, 역량강화는 현장 변화와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다. 과거 관행에 안주하거나, 사례 부재를 이유로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지 않는 태도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한 ODA를 위한 선택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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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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