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학습자 경험 설계(Learner eXperience Design, LXD)의 본질
제대로 하는 교수설계 | Right ISD 시리즈
이 글은 기업교육, 평생교육, 학교교육 전반을 아우르며, AI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교수설계의 본질을 살펴봅니다. 특히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다양한 학습 환경에서 ‘학습자 중심 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학습 경험을 설계하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제 현장에서는 여전히 교수자 중심의 설계 관행에 머무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을 짚고자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현실을 넘어, 학습을 진정한 ‘학습자 경험’으로 전환하기 위해 교수설계가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하는지를 정리합니다.
교육의 성패는 무엇을 가르쳤는지가 아니라, 학습자가 어떤 경험을 거쳐 실제로 변화했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교육은 왜 때로 아무리 노력해도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할까요? 수십 년간 기업교육, 평생교육, 학교 및 지역사회 교육 현장에서 관찰된 결론은 단순하지만 분명합니다. 교수설계를 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어떻게 설계했는가’가 교육의 변화를 결정합니다.
“가르친다고 다 배우는 것은 아니다.”라는 말에 많은 교육자가 공감합니다. 아무리 정성껏 준비한 강의라도, 그것이 학습자의 이해와 행동 변화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는 생각보다 흔합니다. 이는 지식의 이해와 실제 수행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 때문입니다.
따라서 효과적인 교수설계는 단순히 이해를 돕는 것을 넘어, 학습자가 기억하고, 실제 상황에서 활용하며, 반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 경험을 설계하는 데 초점을 두어야 합니다. 화려한 콘텐츠나 최신 교수기법이 교육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아닙니다. 학습 경험 전체가 학습자가 궁극적으로 변화해야 할 결과를 향해 설계되어 있는지가 진짜 핵심입니다.
현실에서는 여전히 많은 교육 설계가 콘텐츠 전달, 활동 구성, 강의 기법의 수준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실제 변화는 학습 경험 전체가 ‘결과 중심’으로 설계될 때 비로소 시작됩니다.
기업에서는 생산성과 리더십 향상, 고객 경험 개선과 같은 측정 가능한 성과로
학교와 지역사회에서는 행동과 삶의 변화, 실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으로
이러한 결과와 연결될 때 교육은 비로소 의미를 갖게 됩니다. 단순한 지식 전달만으로는 더 이상 충분하지 않습니다.
교수자(혹은 교수설계자)의 경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교수자는 종종 자신의 강의 경험이나 학습 경험에 기반해 설계를 진행합니다. 개인의 경험은 분명 중요한 자산이지만,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합니다. 이론과 연구, 검증된 설계 원리가 결합되지 않을 경우, 교육은 쉽게 재현 불가능한 ‘개인기’에 머물게 됩니다.
교수설계는 학습 목표, 내용, 방법, 평가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체계적 사고를 요구합니다. 이를 통해 학습자의 다양한 특성과 요구를 반영하고, 교육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기업에서 팀 리더를 위한 리더십 프로그램을 설계할 때, 과거의 성공 사례나 기존 강의 자료만으로는 실제 조직 성과 향상으로 이어지기 어렵습니다.
학교에서 창의적 문제 해결 수업을 준비할 때도, 학생이 실생활 문제를 해결해보는 경험 구조가 설계되지 않으면 학습은 지식 이해에 머무르게 됩니다.
즉, 개인의 경험은 설계의 출발점일 수는 있지만 충분조건은 아닙니다.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기반 위에서 학습 경험을 설계할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변화가 가능해집니다.
I. 왜 ‘학습경험’이 아니라 ‘학습자 경험’ 설계(Learner eXperience Design, LXD)인가?
전통적인 교수법은 교수자 중심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현대 교육에서는 학습자의 입장에서 경험을 설계하는 것이 학습 효과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학습자의 능력, 관심, 요구를 고려한 학습 환경 설계
학습자가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지식을 스스로 구성하도록 돕는 경험 제공
연구에서도 학습자의 참여도와 몰입도가 높을수록 학습 효과가 유의미하게 향상된다는 점이 반복적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교육은 단순한 전달이 아니라, 학습자가 스스로 지식을 구성하고 적용할 수 있는 경험이어야 합니다.
이미 ‘학습경험’이라는 용어 자체는 교육의 초점이 학습자에게로 이동했음을 보여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교수설계 프랙티스에서는 여전히 교수자의 관점으로 경험을 설계하는 관성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학습’을 ‘학습자’로 바꾸어 생각하는 순간, 설계의 관점은 근본적으로 전환됩니다. 교수설계자와 교수자의 관심은 콘텐츠나 활동이 아니라, 학습자가 어떤 경험을 하며 변화하는가로 이동하게 됩니다.
교수설계(Instructional Design)는 단순히 강의를 준비하는 일이 아니라, 학습자가 배운 내용을 이해하고 실제로 적용하도록 돕는 과정입니다. ‘제대로 하는 학습자 경험 설계’란 수업 준비를 잘하는 것을 넘어, 학습자 중심·맥락 중심·성과 중심의 경험을 의도적으로 설계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기업교육에서는 실무 프로젝트 기반 학습을 통해 학습자가 실제 조직 문제를 해결하도록 설계하고, 학교교육에서는 실험·조사·토론을 통해 지식을 스스로 구성하도록 돕습니다. 평생교육에서는 학습자가 자신의 업무나 생활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실천 과제가 포함될 때 학습의 의미가 분명해집니다.
결국 학습자 경험 설계는 수업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학습자가 어떤 여정을 거치며 변화할 것인가를 설계하는 관점입니다. 같은 교육 내용이라도 학습자의 배경, 동기, 맥락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설계의 출발점은 언제나 교수자가 무엇을 말할 것인가가 아니라, 학습자가 무엇을 할 수 있어야 하는가입니다.
II. AI 시대, 학습자 경험 설계(LXD)가 더 중요해진 이유
앞서 살펴본 것처럼, 교육의 성패는 무엇을 얼마나 가르쳤는지가 아니라 학습자가 어떤 경험을 거쳐 실제로 변화했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이 질문은 AI가 보편화된 오늘날, 오히려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생성형 AI는 콘텐츠 생성, 평가 자동화, 학습 데이터 분석, 맞춤형 추천까지 가능하게 하며 교육의 효율성과 접근성을 크게 확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교육의 본질을 약화시키기보다는, 교수설계가 집중해야 할 핵심이 무엇인지를 더욱 또렷하게 드러냅니다.
AI 시대의 관건은 사람과 기술의 대결이 아니라 역할의 분화입니다. AI는 방대한 정보를 빠르게 정리하고, 반복적인 피드백과 평가를 자동화하며, 온라인과 오프라인 학습 환경 전반에서 학습자의 반응 데이터를 축적·분석하는 데 강점을 가집니다. 반면, 학습자가 그 정보를 어떤 맥락에서 이해하고, 어떤 경험을 통해 행동으로 전환하며, 그 변화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지는 여전히 설계의 영역에 남아 있습니다. 기술이 많은 역할을 대신할수록, 학습자 경험 설계의 중요성은 오히려 더 커집니다.
학습자 경험 설계(Learner Experience Design)는 AI를 교육의 중심에 두는 접근이 아닙니다. LXD는 사람이 어떻게 배우고, 어떤 상황에서 동기화되며, 어떤 경험을 통해 변화가 지속되는지를 중심에 두는 설계 관점입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실시간과 비실시간 학습이 혼합된 환경에서 AI는 학습을 지원하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지만, 그 도구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학습자 경험 안에 배치되는지는 설계자의 판단에 달려 있습니다. AI 시대일수록 “어떤 기술을 사용할 것인가”보다, “학습자가 이 과정에서 무엇을 경험하게 되는가”라는 질문이 교수설계의 중심이 됩니다.
학습자 경험 중심의 학습 설계: AI와 ADDIE가 만나는 지점
학습은 정보를 전달받는 과정이 아니라, 스스로 탐색하고 연결하며 의미를 구성하는 경험의 연속입니다. AI는 이 과정을 촉진하는 촉매제가 될 수는 있지만, 목적 그 자체가 될 수는 없습니다. 과거에는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가 설계의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어떤 경험을 통해 변화가 일어나게 할 것인가’가 중심이 됩니다. 이는 온라인 학습 환경뿐 아니라, 오프라인 수업과 현장 중심 학습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기업교육에서는 조직 학습과 인재 개발의 관점에서 AI를 활용해 성과 데이터와 학습 반응을 분석하고, 이를 ADDIE의 분석(Analysis)과 평가(Evaluation) 단계에 적극 반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성과 변화는 온라인 콘텐츠 제공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으며, 오프라인 현장 과제, 코칭, 피드백과 같은 경험 설계가 함께 이루어질 때 비로소 나타납니다. 학교교육에서도 AI는 학습 수준에 맞는 자료를 제공할 수 있지만, 학생이 질문하고 토론하며 사고를 확장하는 경험은 교실 수업과 설계된 활동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평생교육 역시 온라인 학습 추천과 관리 자동화는 가능해졌지만, 학습자가 자신의 삶과 일에 적용해보는 전이 경험은 여전히 설계가 필요합니다.
이처럼 AI는 ADDIE 전 과정에서 설계를 대체하기보다는 확장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분석 단계에서는 학습자와 맥락에 대한 데이터를 풍부하게 제공하고, 설계와 개발 단계에서는 다양한 학습 경로와 자료 생성을 지원합니다. 실행 단계에서는 온라인·오프라인 학습 운영의 안정성을 높이고, 평가 단계에서는 변화의 패턴을 더 정교하게 읽을 수 있도록 돕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과정의 중심에는 언제나 학습자의 경험이 놓여 있어야 합니다.
AI 시대의 교수설계는 기술의 가능성을 나열하는 일이 아니라, 그 가능성을 어떤 학습자 경험의 흐름 안에 배치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일입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실시간과 비실시간 학습이 혼합된 환경에서 AI는 설계를 더 빠르고 정교하게 만들 수 있지만, 그 자체로 학습의 방향을 정해주지는 않습니다. 결국 설계자는 다시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누구를 위해, 어떤 변화를 목표로, 어떤 경험의 여정을 설계할 것인가?”
이 질문에 체계적으로 답하기 위해서는 직관이나 도구 중심 사고를 넘어, 학습자의 맥락과 성과를 일관되게 사고할 수 있는 설계의 뼈대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오래된 모델로 오해받아온 ADDIE는 AI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교수설계의 기본 구조로 다시 소환됩니다.
III. ADDIE는 낡은 모델이 아니라, AI 시대에도 유효한 ‘학습 설계의 뼈대’이다
앞선 논의에서 살펴본 것처럼, AI 시대의 학습자 경험 설계는 기술 활용의 문제가 아니라 설계자의 사고 구조에 대한 문제입니다. AI는 분석을 풍부하게 만들고, 개발과 평가의 속도를 높이며, 온라인과 오프라인 학습 환경 전반에서 설계의 선택지를 확장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확장은 오히려 설계자가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어떤 질문을 먼저 던져야 하는지를 더 분명히 요구합니다.
이때 학습 설계를 이야기할 때 ADDIE 모델을 다시 살펴보는 것은 매우 의미가 있습니다. 분석(Analysis), 설계(Design), 개발(Development), 실행(Implementation), 평가(Evaluation)로 구성된 ADDIE는 종종 선형적이고 낡은 절차 모델로 오해받지만, 실제로는 복잡한 학습 환경 속에서도 설계자가 사고의 균형을 잃지 않도록 돕는 기본적인 설계 프레임에 가깝습니다.
ADDIE가 여전히 유효한 이유는 특정한 방법론을 강요하기 때문이 아니라, 학습자의 맥락과 성과의 본질을 체계적으로 탐색하도록 돕기 때문입니다. 특히 AI 시대에는 분석 단계의 중요성이 더욱 커집니다. 성과와 학습 사이의 간극, 학습자가 처한 실제 맥락, 조직과 환경의 제약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기술이나 콘텐츠만 도입하는 것은, 설계의 속도만 높일 뿐 변화의 질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ADDIE는 닫힌 선형 프로세스가 아니라, 설계–실행–평가를 거치며 지속적으로 순환하고 개선되는 사고 체계입니다. 그리고 바로 이 뼈대 위에서 학습자 경험 설계(Learner Experience Design)는 한 단계 더 확장된 질문을 던집니다.
“이 설계의 각 단계에서 학습자는 무엇을 경험하고 있는가?”
이 질문은 ADDIE의 모든 단계를 단순한 절차가 아니라, 학습자의 행동과 선택을 변화시키는 경험의 설계로 재해석하게 만듭니다.
1. 분석(Analysis): 학습자와 맥락을 깊이 읽는 일
분석은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를 정하기 전에, 누가, 어떤 맥락에서, 어떤 변화를 요구받고 있는지를 명확히 이해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이는 교육이 실행되기 이전에 이루어지는 설계자의 핵심 사고 과정입니다.
분석은 단순히 요구사항이나 데이터를 수집하는 단계가 아닙니다. 학습자의 배경과 경험 수준, 학습에 대한 기대와 저항, 실제로 수행해야 할 과업의 성격, 학습이 이루어질 환경과 제약 조건을 사람 중심의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해석하는 사전 설계 과정입니다.
온라인 학습 환경에서는 과거 학습 이력, 시스템 로그, 성과 데이터와 같은 정보가 비교적 풍부하게 제공됩니다. 반면 오프라인 환경에서는 인터뷰, 설문, 현장 탐색, 기존 수업이나 업무 수행에 대한 관찰 기록 등을 통해 학습자의 맥락을 파악하게 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개별 데이터가 아니라, 그 데이터들이 가리키는 문제의 구조와 학습이 개입해야 할 지점입니다.
따라서 분석 단계는 설계 이전에 확보 가능한 모든 정보를 통합적으로 해석하는 사고를 요구합니다. 학습자의 상황과 맥락을 입체적으로 이해하지 못한 채 문제를 정의하면, 이후의 설계와 실행이 아무리 정교하더라도 실제 변화로 이어지기 어렵습니다. AI는 방대한 정보를 정리하고 반복되는 패턴을 드러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무엇이 학습으로 해결해야 할 핵심 문제인지 판단하고, 어떤 경험이 필요한지를 결정하는 일은 여전히 설계자의 역할입니다.
2. 설계(Design): 배움의 여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그리는 일
설계는 콘텐츠 구조를 짜는 일이 아니라, 학습자가 어떤 경험의 흐름 속에서 이해하고 시도하며 변화하게 될지를 의도적으로 그리는 일입니다.
설계는 콘텐츠를 나열하는 단계가 아니라, 학습자가 어떤 흐름 속에서 이해하고 시도하며 변화하게 될지를 그리는 과정입니다. 어느 지점에서 호기심이 생기고, 어떤 활동에서 몰입이 일어나며, 어떤 상호작용을 통해 자기 인식이 촉발되는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실시간과 비실시간 학습이 자연스럽게 혼합되는 환경에서는 설계자의 의도뿐 아니라, 의도하지 않은 학습 경험까지도 설계의 결과가 됩니다. 온라인 환경에서는 학습자의 선택과 행동에 따라 AI 기반 안내와 피드백이 제공되고, 오프라인 환경에서는 즉각적인 상호작용과 분위기가 경험의 질을 좌우합니다. 학습자 경험 설계는 이러한 미세한 접점들을 사전에 고려하고, 경험의 흐름이 목표 행동으로 이어지도록 정교하게 조정하는 역할을 합니다.
3. 개발(Development): 학습 자료를 ‘살아 있는 도구’로 만드는 일
개발은 자료를 완성하는 단계가 아니라, 학습자가 실제로 행동해보고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경험적 도구를 구현하는 과정입니다.
개발 단계는 단순히 자료를 제작하는 과정이 아닙니다. 학습자가 실제로 시도하고 실패하며 다시 도전할 수 있는 도구와 환경을 만드는 일에 가깝습니다. AI 시대의 개발은 빠른 프로토타입 제작과 반복적인 개선이 특징이며, 이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학습 모두에 적용됩니다.
생성형 AI는 콘텐츠 초안을 빠르게 만들어줄 수 있지만, 그것이 곧 효과적인 학습 경험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설계자는 그 위에 학습자의 맥락, 감정, 상호작용 요소를 반영해 조정함으로써 자료를 ‘사용 가능한 도구’로 완성합니다. 개발 속도가 빨라질수록, 무엇을 만들 것인가보다 무엇을 경험하게 할 것인가에 대한 판단은 더욱 중요해집니다.
4. 실행(Implementation): 학습을 실제로 경험하게 하는 순간
실행은 계획된 설계를 전달하는 단계가 아니라, 설계된 학습자 경험이 현실에서 어떻게 인식되고 작동하는지를 확인하는 순간입니다.
실행은 계획된 내용을 전달하는 단계가 아니라, 설계한 학습 경험이 현실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확인하는 실험의 과정입니다. 온라인 환경에서는 학습자의 참여 패턴과 반응을 모니터링하고, 오프라인 환경에서는 상호작용의 질과 현장 분위기를 살피며 즉각적으로 조정이 이루어집니다.
현장 코칭, 피드백, 질문과 대화의 구조는 이 단계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실행 과정에서의 수정과 조정은 설계의 실패가 아니라, 설계의 일부이며, 실제 학습자 경험을 통해 설계를 검증하는 중요한 과정입니다.
5. 평가(Evaluation): 성장의 변화를 확인하는 일
평가는 학습의 종료가 아니라, 학습자 경험이 실제 행동과 성과로 어떻게 이어졌는지를 되짚는 설계의 연장선입니다.
평가는 학습의 끝이 아니라, 다음 설계를 위한 출발점입니다. 무엇을 기억했는지를 넘어서, 어떤 행동이 달라졌는지, 그 변화가 실제 맥락에서 지속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과정입니다. 온라인 환경에서는 다양한 학습 데이터가 축적되고, 오프라인 환경에서는 수행과 태도의 변화를 관찰할 수 있습니다.
AI는 이러한 데이터를 정리하고 비교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변화의 의미를 해석하고 다음 설계로 연결하는 판단은 사람의 몫입니다. 이 평가 과정을 통해 ADDIE는 다시 분석 단계로 되돌아가며, 학습자 경험 설계는 지속적으로 진화하게 됩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ADDIE의 각 단계는 독립된 업무 절차가 아니라, 학습자의 경험과 행동 변화를 중심으로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 설계 사고의 흐름입니다. 분석은 문제를 제대로 정의하기 위한 출발점이며, 설계와 개발은 경험의 구조와 도구를 구체화하는 과정이고, 실행과 평가는 그 경험이 실제 맥락에서 어떻게 작동했는지를 검증하고 다시 설계로 환류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AI는 이 전 과정을 더 빠르고 정교하게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지만,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어떤 경험을 선택할 것인지는 여전히 설계자의 몫입니다. 결국 ADDIE는 방법론이라기보다, 학습자 경험 설계를 지탱하는 사고의 뼈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IV. 제대로 하는 학습자 경험 설계를 지탱하는 네 가지 핵심 원칙
학습자 경험 설계(LXD)는 단순히 학습 활동을 보기 좋게 배열하는 일이 아닙니다. 설계자가 수많은 선택의 순간마다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하는가에 따라 학습의 질과 결과는 크게 달라집니다. 다음의 네 가지 원칙은 기업교육, 학교교육, 평생교육 전반에서 설계자가 수많은 선택의 순간마다 흔들리지 않도록 지탱해주는 판단의 기준입니다.
1. 성과 중심 설계 (Performance-Driven Design)
교육의 핵심은 지식 습득 그 자체가 아니라,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기업에서는 생산성 향상, 리더십 발휘, 고객 경험 개선이라는 성과로 나타나고, 학교와 지역사회에서는 학습자의 삶과 행동이 실제로 달라지는 변화로 이어집니다. 성과 중심 설계는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보다 “교육 이후 학습자가 무엇을 실제로 할 수 있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이를 위해 문제의 원인을 정확히 분석하고, 학습자가 목표 행동을 수행하도록 돕는 경험을 설계하는 데 초점을 둡니다.
이 과정에서는 개인의 역량뿐 아니라 환경, 조직 문화, 자원, 보상 구조, 동기 요인 등 맥락 전체를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따라서 성과 중심 설계는 단회성 프로그램으로 끝나지 않으며, 실제 수행 데이터를 기반으로 지속적으로 개선되는 순환적 설계를 전제로 합니다. 예를 들어, 기업의 고객 서비스 교육에서는 이론 시험 점수보다 실제 상담 상황에서의 응대 방식, 고객 만족도, 문제 해결 속도와 같은 성과 지표가 더 중요합니다. 이러한 지표를 다시 설계에 반영할 때, 학습 경험은 비로소 살아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2. 학습자 우선 & 선택 기반 설계 (Learner First & Choice-Enabled Design)
학습자의 배경, 맥락, 준비도, 동기, 그리고 현실적인 제약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정교한 설계도 실제 변화를 만들어내기 어렵습니다. 학습자 중심 설계는 배려의 문제가 아니라, 성과에 도달하기 위한 가장 전략적인 출발점입니다. 이 원칙은 학습자의 흥미를 맞추는 수준을 넘어, 학습자가 실제로 무엇을 할 수 있어야 하는지 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어떤 경험을 거쳐야 하는지를 명확히 정의하는 데 초점을 둡니다.
변화는 설명을 통해서가 아니라 경험과 실행을 통해서 일어납니다. 따라서 실천적 과제와 반복적 실행이 필수이며, 액션러닝, 프로젝트 기반 학습, 문제 중심 학습은 이러한 원리를 구조화한 대표적인 접근입니다. 기업 교육에서는 팀 프로젝트 수행과 피드백 회의로, 학교 교육에서는 실험·조사·토론·발표 활동으로, 평생교육에서는 직무 기반 과제나 생활 적용 과제로 구현됩니다. 이처럼 학습자가 선택하고 참여할 수 있는 경험 구조는 학습자의 주도성과 책임감을 자연스럽게 끌어올립니다.
3. 학습과학 기반 설계 (Learning Science-Based Design)
제대로 하는 학습자 경험 설계는 직관이나 개인적 경험에만 의존하지 않습니다. 학습심리, 인지과학, 행동 변화 이론, 그리고 성과공학(HPT) 분석 데이터에 근거한 증거 기반 설계를 지향합니다. 이 관점에서는 모든 활동과 경험이 “왜 이 활동이 필요한가”, “이 경험이 어떤 행동 변화를 돕는가”라는 질문에 명확히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경험의 화려함이나 재미보다, 목표 수행 능력을 실제로 익히는 기능성이 더 중요해집니다.
AI 보편화 시대에는 이 원칙이 더욱 중요해집니다. AI는 학습자의 반응 데이터를 분석하고, 개인별 피드백을 제안하는 데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AI는 판단을 대신하는 존재가 아니라, 설계자의 판단을 정교하게 보조하는 도구로 사용될 때 가장 효과적입니다.
4. 완전한 학습 경험 설계(Complete Learning Experience-Driven Design)
학습은 강의, 활동, 평가로 끝나지 않습니다. 실제 행동 변화는 준비–학습–전이–성취/인정이라는 전체 여정이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일어납니다. 배움 이전에는 학습자의 인식과 기대를 여는 준비가 필요하고, 학습 이후에는 실천을 돕는 전이 전략이 있어야 하며, 그 결과에 대한 피드백과 인정까지 이어질 때 학습은 지속됩니다.
기업에서는 신규 직무 온보딩 과정에서 사전 이해 → 현장 실습 → 멘토링 → 성과 피드백으로 연결되고, 학교에서는 수업 전 미리보기 자료, 수업 후 과제와 피드백으로 확장되며, 평생교육에서는 생활 적용 과제와 성취 인증으로 이어집니다. 이처럼 학습 경험 전체를 하나의 여정으로 설계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변화와 성장을 만들어내는 핵심입니다.
V. 결국 교수설계란, 사람을 변화시키는 경험을 설계하는 일이다
AI가 보편화된 시대에도 교수설계의 본질은 변하지 않습니다.
교수설계란 결국, 사람이 어떤 경험을 거쳐 어떻게 달라지게 될지를 의도적으로 설계하는 일입니다.
기술은 콘텐츠를 더 빠르게 만들고, 학습 데이터를 분석하며, 개인화된 제안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학습자가 무엇을 중요하게 인식하고, 어떤 선택을 하며, 실제 행동을 어떻게 바꾸는지는 여전히 경험 설계의 영역에 남아 있습니다.
제대로 하는 교수설계는 새로운 도구를 많이 아는 것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학습이 끝난 이후, 학습자가 현장에서 무엇을 다르게 하게 될지를 끝까지 상상하고, 그 변화가 일어나도록 경험의 흐름을 설계하는 일입니다. 이때 AI는 설계자의 사고를 확장하고 검증하는 파트너로 기능하며, 기업교육에서는 조직 성과와의 연결을, 학교교육에서는 사고력과 전이를, 평생교육에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가능하게 합니다.
학습자 경험 설계(LXD)는 학습자를 정답으로 이끄는 장치가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고 시도하며 실패와 재시도를 통해 성장할 수 있도록 구조를 설계하는 일입니다. 그 구조 안에서 학습자는 지식을 넘어서 사고하고 행동하며, 자신의 삶과 일을 새롭게 바라보게 됩니다.
결국 교육이 만들어야 할 것은 ‘잘 구성된 수업’이 아니라, 사람이 변화할 수밖에 없는 경험입니다.
이 글은 BBL Learning의 「제대로 하는 교수설계 | Right ISD」 시리즈 중 한 편입니다.
이 시리즈는 학습자 경험 설계(LXD)와 성과 중심 교수설계 관점에서,
학습이 실제 변화로 이어지기 위해 설계자가 무엇을 판단해야 하는지를 지속적으로 탐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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